돌이 기억하는 것
프롤로그 · 앙코르 왕국, 12세기 어느 우기
비가 그친 뒤에도 숲은 울고 있었다.
넓은 잎마다 빗방울이 매달려 있었고, 잎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붉은 흙 위에 작은 구멍을 냈다. 젖은 흙과 풀 냄새 사이로 돌가루 특유의 메마른 향이 섞여 들었다.
젊은 조각가 소카는 망치를 내려놓았다. 그 앞에는 한 여인의 얼굴이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데바타 부조. 이마를 따라 흘러내리는 머리 장식, 살짝 올라간 입꼬리, 웃는 듯 웃지 않는 입술.
그는 마지막으로 입가를 다듬었다. 정 끝이 사암에 닿을 때마다 맑은 소리가 좁은 작업장에 울렸다.
탕. 탕. 탕.
그 얼굴은 사라의 얼굴이었다. 궁정에서 춤을 추는 여인, 그가 사랑하는 사람. 왕이 바뀌고, 사람들이 늙고, 숲이 사원을 삼켜도 돌은 남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이제 끝났나요?"
뒤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카는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조금만 더."
"당신은 언제나 조금만 더라고 말해요."
사라는 젖은 땅을 맨발로 밟으며 다가왔다. 비에 젖은 천 냄새와 은은한 플루메리아 꽃향기가 따라왔다. 그녀는 자신을 닮은 데바타를 한참 바라보았다.
"아름답네요."
"당신을 영원히 남기고 싶었어."
사라는 데바타의 입가에 손끝을 가져갔다. 차가운 돌의 감촉에 그녀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 이상해요. 이 여자는 영원히 웃고 있겠네요. 하지만 나는, 언제나 웃고 있을 수는 없어요."
멀리서 천둥이 울렸다. 소카는 자신이 만든 미소를 바라보았다. 완벽했다. 누구도 그 안에 숨은 슬픔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때 알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영원히 남기는 일과,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살도록 허락하는 일이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천 년이 흐른 뒤에도 그 미소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