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로 뛰어오르는 루미와 선착장의 리안, 나리

메콩강 그림 동화 · 8–10세

흰돌고래 루미의 모험

메콩강의 작은 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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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작가: Rian Choi

이야기를 시작하며

아시아에는 메콩강이라는 아주 길고 큰 강이 있어요.

메콩강은 높은 산에서 시작해서 여러 나라를 지나 바다까지 흘러가요.

이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 메콩강가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그곳에는 눈처럼 하얀 돌고래 한 마리가 살았어요. 돌고래의 이름은 루미였어요.

차례

빛으로 태어난 아이 장면 삽화

제1장

빛으로 태어난 아이

메콩강에 처음 뜬 하얀 별

아주 먼 옛날에 메콩강가에 작은 어촌 마을이 있었어요. 집들은 나무 기둥 위에 지어져 강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작은 나무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어요.

어느 날 저녁, 해가 강물 위로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어요. 강물이 금빛으로 반짝였어요. 바로 그때, 강의 깊은 곳에서 아기 돌고래 한 마리가 태어났어요.

엄마 돌고래는 코끝으로 아기를 살며시 밀어 물 위로 올려 주었어요. 아기 돌고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을 쉬었어요. "푸우!" 작은 물방울이 하늘로 튀어 올랐어요.

엄마 돌고래는 깜짝 놀랐어요. 아기 돌고래의 몸이 눈처럼 하얬기 때문이에요. 이마 왼쪽에는 하늘색 초승달 모양의 작은 점도 있었어요. 지는 햇살이 하얀 몸에 닿자, 아기 돌고래는 작은 등불처럼 환하게 빛났어요.

"네 이름은 루미야." 엄마 돌고래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눈처럼 하얗고, 빛처럼 환하다는 뜻이란다."

강 속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어요. 은빛 물고기 떼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어요. 작은 새우들이 물 위로 뛰어올랐어요. 강가의 물총새는 나뭇가지에 앉아 맑은 노래를 불렀어요. 모두가 루미의 탄생을 축하했어요.

그 무리 속에 나이 많은 회색 돌고래가 있었어요. 등지느러미에 오래된 상처가 있는 멕 할아버지였어요. 멕 할아버지는 루미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어요.

"이 강에서 하얀 돌고래가 태어난 것은 아주 오랜만이구나. 이 아이는 언젠가 강과 사람을 이어 줄 거야."

루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 몰랐어요. 하지만 엄마 곁에서 헤엄치는 것이 좋았어요. 부드러운 물살이 몸을 감싸는 것도 좋았어요.

그날 밤, 하늘에 별이 가득 떴어요. 별빛이 강물에 비쳐서 강은 별이 흐르는 길처럼 보였어요. 루미는 엄마 곁에 꼭 붙어서 잠이 들었어요. 메콩강에 새로운 빛 하나가 태어난 밤이었어요.

리안과 나리 장면 삽화

제2장

리안과 나리

강가에서 만난 첫 친구

시간이 흘러 아기 돌고래 루미는 조금 더 자랐어요. 이제 엄마 곁을 떠나 혼자서도 헤엄칠 수 있었어요. 어느 아침, 강가 쪽에서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루미는 궁금해서 조용히 강가로 다가갔어요.

나무 선착장 위에 두 아이가 있었어요. 짧은 갈색 머리의 남자아이는 리안이었어요. 리안은 납작한 돌을 강물에 던지며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어요. 긴 머리를 한 갈래로 땋은 여자아이는 나리였어요. 나리는 귀 뒤에 하얀 꽃을 꽂고 있었어요.

"하나, 둘, 셋! 봤어? 세 번이나 튀었어!" 리안이 소리쳤어요.

그 순간, 돌이 떨어진 자리에서 하얀 머리가 쏙 올라왔어요. 루미였어요.

"으악! 강에서 하얀 무언가가 나왔어!" 리안이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하지만 나리는 놀라지 않았어요. 나리는 천천히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어요. "안녕? 너는 돌고래구나. 정말 예쁘다."

루미는 나리의 손에 이마를 살짝 대었어요.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리안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나리야, 이 돌고래가 우리 말을 알아듣나 봐!"

그날부터 세 친구는 매일 만났어요. 아이들은 루미에게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루미는 물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즐겁게 휘파람 소리를 냈어요. 말은 서로 달랐지만, 마음은 잘 통했어요.

어느 날 아침, 리안이 늦잠을 잤어요. 리안은 가방을 메고 선착장으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수상 학교로 가는 배는 이미 멀리 떠나고 있었어요. 수상 학교는 강 위에 떠 있는 작은 학교예요.

"어떡하지? 오늘은 받아쓰기 시험이 있는 날인데……." 리안이 울상을 지었어요.

그때 루미가 리안 앞으로 헤엄쳐 와서 등을 내밀었어요. "나를 태워 주겠다고?" 리안은 조심스럽게 루미의 등에 올라탔어요. 루미는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헤엄쳤어요.

리안은 배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리안은 루미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고마워, 루미. 너는 내 가장 멋진 친구야!"

루미가 이끄는 그물 장면 삽화

제3장

루미가 이끄는 그물

어부와 돌고래의 약속

그해 여름, 마을에 걱정이 생겼어요. 어부들이 하루 종일 그물을 던져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어요. 리안의 아빠인 솜차이 아저씨도 빈 그물을 들고 한숨을 쉬었어요.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대로라면 마을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겠구나."

리안과 나리는 강가로 달려가 루미를 불렀어요. "루미야, 물고기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 루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어요.

루미는 강바닥 가까이 헤엄치며 귀를 기울였어요. 돌고래는 소리로 물속을 볼 수 있어요. 루미가 "딸깍딸깍"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물고기에 부딪혀 되돌아왔어요. 얼마 뒤, 루미는 바위 그늘 아래 모여 있는 커다란 물고기 떼를 찾아냈어요.

루미는 물 위로 올라와 꼬리로 물을 "철썩, 철썩" 두 번 쳤어요. "아빠, 루미가 따라오래요!" 리안이 외쳤어요.

솜차이 아저씨와 어부들은 루미를 따라 배를 저었어요. 루미는 물고기 떼 뒤쪽으로 돌아가 물고기들을 그물 쪽으로 몰아 주었어요.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 올리자, 그물 안에서 은빛 물고기들이 펄떡였어요.

"이건 꿈이 아니겠지? 돌고래가 우리를 도와주다니!" 어부들이 기뻐서 소리쳤어요.

그날 저녁,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 모였어요. 솜차이 아저씨가 말했어요. "루미가 우리를 도왔으니, 이제 우리도 약속을 지킵시다."

어부들은 세 가지를 약속했어요. 첫째, 잡은 물고기 중 일부는 루미와 나눈다. 둘째, 너무 작은 물고기는 다시 강으로 돌려보낸다. 셋째, 돌고래가 쉬는 곳에는 그물을 치지 않는다.

그 뒤로 어부들은 노로 배 옆을 "통통" 두드려 루미를 불렀어요. 그러면 루미가 와서 물고기 떼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어요. 사람과 돌고래가 함께 고기를 잡는 마을, 그것이 이 마을의 새로운 자랑이 되었어요.

느림보 물소 통통 장면 삽화

제4장

느림보 물소 통통

덩치는 커도 마음은 여린 친구

건기가 시작되자 강가의 풀이 누렇게 말라 갔어요. 하지만 강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는 아직 초록 풀이 무성했어요.

강가에 커다란 물소 한 마리가 서 있었어요. 목에 빨간 끈과 작은 방울을 단 물소, 이름은 통통이었어요. 통통은 섬의 풀을 바라보며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냈어요. 하지만 한 발짝도 물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통통아, 왜 안 건너가?" 나리가 물었어요. 통통은 고개를 숙였어요. 통통의 주인 할머니가 대신 말해 주었어요. "통통이는 아기였을 때 물에 빠진 적이 있단다. 그 뒤로 물을 무서워해."

리안이 웃으며 말했어요. "물소가 물을 무서워한다고요? 덩치는 저렇게 큰데!" 나리가 리안의 팔을 꼭 잡았어요. "리안, 무서운 건 덩치하고 상관없어. 너도 밤에 화장실 갈 때 무섭잖아." 리안은 얼굴이 빨개졌어요. "맞아……. 미안해, 통통아."

아이들은 루미와 함께 계획을 세웠어요. 리안은 얕은 곳을 골라 앞장서 걸었어요. 나리는 통통 곁에서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루미는 통통 옆에서 함께 헤엄치며 물살을 막아 주었어요.

통통은 떨면서 한 발을 물에 넣었어요. 그리고 또 한 발. 물이 배까지 차오르자 통통이 멈칫했어요. 그때 루미가 통통의 다리에 몸을 살짝 기대었어요.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 루미의 마음이 통통에게 전해졌어요.

마침내 통통이 섬에 도착했어요! 통통은 초록 풀을 한입 가득 먹고, 기쁜 듯 "음머어!" 하고 크게 울었어요.

그날 이후 통통은 조금씩 물과 친해졌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강가에 올 때마다 쿵쿵 걸어와 반겨 주었어요. 이제 루미에게는 물속 친구만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땅 위에도 든든한 친구가 생겼어요.

나리가 말했어요. "용기는 무섭지 않은 게 아니야. 무서워도 한 발 내딛는 거야."

강이 화를 낸 밤 장면 삽화

제5장

강이 화를 낸 밤

홍수 속의 작은 영웅들

우기가 찾아왔어요. 비는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그치지 않았어요. 강물이 점점 불어나 흙탕물이 되었어요. 물은 집의 나무 기둥을 타고 계단까지 올라왔어요.

넷째 날 밤, 나리는 쌀 바구니를 높은 곳으로 옮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젖은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졌어요. "앗!" 나리는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어요.

"살려 주세요!" 나리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버렸어요. 하지만 루미는 그 소리를 들었어요. 루미는 물살을 거슬러 쏜살같이 헤엄쳤어요.

나리는 떠내려가는 나뭇가지를 겨우 붙잡고 있었어요. 루미가 나리 밑으로 들어가 등으로 나리를 받쳐 올렸어요. "루미야!" 나리는 루미의 등지느러미를 꼭 잡았어요. 루미는 나리를 태우고 마을 뒤쪽 언덕으로 헤엄쳤어요. 그 언덕 위에는 물에 잠기지 않은 절이 있었어요.

언덕에 도착하자 나리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어요. "루미야, 마을에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어. 할머니도, 아기들도!"

루미는 다시 마을로 헤엄쳐 갔어요. 솜차이 아저씨와 어부들이 배를 타고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깜깜한 밤이라 길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루미는 하얀 몸으로 배 앞에서 헤엄쳤어요. 어둠 속에서도 루미의 하얀 몸은 잘 보였어요. 어부들은 루미를 따라 안전한 물길로 배를 몰았어요.

물이 얕은 논에서는 통통이 활약했어요. 통통은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쿵쿵 걸어서 언덕으로 데려갔어요. 물을 무서워하던 통통이 이제는 모두를 지키고 있었어요.

동이 틀 무렵, 마지막 배가 언덕에 닿았어요. 마을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무사했어요. 사람들은 서로 끌어안고 울고 웃었어요.

며칠 뒤 비가 그쳤어요. 강물이 다시 낮아지고, 마을 사람들은 함께 집을 고쳤어요. 리안이 말했어요. "루미가 길을 밝히고, 통통이 사람들을 옮기고, 아빠가 배를 몰았어. 우리 모두가 영웅이야!"

목마른 강 장면 삽화

제6장

목마른 강

깊은 웅덩이를 찾아서

다음 해에는 반대로 비가 거의 오지 않았어요. 뜨거운 해가 몇 달 동안 강을 내리쬐었어요. 강물이 줄어들어 여기저기 모래톱이 드러났어요. 물이 얕아지자 물고기들은 숨이 막혀 헐떡였어요.

돌고래들도 힘들었어요. 얕은 물에서는 물이 금방 뜨거워졌고, 먹이도 부족했어요. 루미의 엄마도 기운이 없어 보였어요.

루미는 멕 할아버지를 찾아갔어요. "할아버지, 강이 말라 가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해요?"

멕 할아버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어요. "강에는 숨겨진 방이 있단다. 아주 깊은 웅덩이 말이야. 가뭄이 와도 그곳만은 물이 마르지 않지. 내가 어렸을 때 한 번 가 본 적이 있어. 위쪽으로, 커다란 검은 바위 세 개가 서 있는 곳이었어."

루미는 바로 길을 떠났어요. 얕은 모래톱을 피해서, 좁은 물길을 따라 위쪽으로 헤엄쳤어요. 해가 두 번 지고 두 번 떴어요. 그리고 마침내 검은 바위 세 개가 보였어요!

바위 아래로 내려가자 물이 시원하고 깊었어요. 물고기들도 그곳에 모여 있었어요. 루미는 기뻐서 강 아래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돌고래 가족들과 물고기 떼를 깊은 웅덩이로 이끌었어요.

한편 마을에서는 어부들이 고민하고 있었어요. "물고기가 모두 깊은 웅덩이에 모여 있다면, 거기서 잡으면 많이 잡을 수 있겠군." 한 어부가 말했어요.

그러자 나리가 앞으로 나섰어요. "안 돼요! 그곳은 물고기들과 돌고래들의 마지막 집이에요. 그곳에서 다 잡아 버리면, 비가 와도 강에 물고기가 돌아오지 않아요."

솜차이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리 말이 맞다. 깊은 웅덩이는 강의 심장이야. 그곳에서는 고기를 잡지 맙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약속에 손을 들었어요.

몇 달 뒤, 드디어 비가 내렸어요. 강물이 다시 차오르자, 깊은 웅덩이에서 쉬던 물고기들이 강 곳곳으로 퍼져 나갔어요. 강은 다시 생명으로 가득 찼어요. 지켜 준 만큼, 강이 다시 돌려준 것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덫 장면 삽화

제7장

보이지 않는 덫

버려진 그물과 꼬마 강지킴이

몇 해가 지나자 마을이 점점 커졌어요. 먼 마을의 장사꾼 배들도 자주 오갔어요. 그런데 그와 함께 강에 쓰레기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깨진 바구니, 찢어진 천, 그리고 낡아서 버린 그물들이 강물 위를 떠다녔어요.

강물이 탁해지자 몇몇 돌고래 친구들은 강을 떠났어요. "루미야, 여기는 이제 살기 힘들어. 우리는 강 아래쪽으로 갈게." 루미는 떠나는 친구들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어요.

어느 오후, 루미는 먹이를 쫓아 헤엄치다가 갑자기 몸이 무언가에 걸렸어요.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낡은 그물이었어요. 루미가 빠져나오려고 몸을 비틀수록 그물은 더 단단히 감겼어요.

돌고래는 물속에서 살지만, 숨은 물 위에서 쉬어야 해요. 루미는 숨이 점점 차올랐어요. 루미는 있는 힘을 다해 높고 긴 휘파람 소리를 냈어요. "삐이이—!"

강가에서 놀던 리안과 나리가 그 소리를 들었어요. "루미 목소리야! 뭔가 이상해!" 나리가 외쳤어요. 리안은 곧장 아빠에게 달려갔어요.

솜차이 아저씨가 배를 몰아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어요. 물속에서 하얀 몸이 그물에 감겨 있는 것이 보였어요. 아저씨는 칼을 들고 물에 뛰어들었어요. "조금만 참아, 루미야!" 아저씨는 루미가 다치지 않게 그물을 한 줄 한 줄 조심스럽게 잘랐어요.

마침내 루미가 그물에서 풀려나 물 위로 솟아올랐어요. "푸우!" 루미는 크게 숨을 쉬었어요. 리안과 나리는 엉엉 울면서 루미를 끌어안았어요.

그날 밤, 나리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말했어요. "그물을 버린 사람은 나쁜 마음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버려진 그물은 보이지 않는 덫이 돼요. 우리가 강을 치워야 해요."

다음 날부터 아이들은 '꼬마 강지킴이'를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매주 배를 타고 강의 쓰레기를 건져 올렸어요. 어른들도 함께했어요. 마을에는 새 규칙이 생겼어요. "낡은 그물은 강에 버리지 않고 마을로 가져온다."

강이 조금씩 맑아졌어요. 하지만 루미는 가끔 강 아래쪽을 바라보았어요. 떠나간 친구들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멕 할아버지의 마지막 노래 장면 삽화

제8장

멕 할아버지의 마지막 노래

이별은 끝이 아니란다

멕 할아버지는 강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돌고래였어요. 요즘 멕 할아버지는 헤엄치는 것이 느려졌어요. 숨을 쉬러 올라오는 것도 힘들어 보였어요. 루미는 매일 멕 할아버지 곁에 머물렀어요.

어느 달 밝은 밤, 멕 할아버지가 루미를 불렀어요. "루미야, 내 이야기를 들어 주겠니?"

멕 할아버지는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젊었을 때 큰 폭포를 넘었던 이야기, 강에 돌고래가 아주 많았던 시절 이야기, 그리고 등지느러미의 상처가 생긴 날의 이야기였어요.

"루미야, 강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단다. 생명도 마찬가지야. 태어나고, 자라고, 언젠가는 떠나지. 그것은 슬프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란다."

그리고 멕 할아버지는 낮고 긴 노래를 불렀어요. 물속 깊이 울리는 노래였어요. 루미는 그 노래를 오래도록 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멕 할아버지는 깊은 웅덩이 바닥에 조용히 누워 있었어요. 루미가 아무리 불러도 멕 할아버지는 다시 눈을 뜨지 않았어요. 멕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것이었어요.

루미는 며칠 동안 강가에 나오지 않았어요. 리안과 나리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루미가 많이 슬프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리는 하얀 꽃으로 작은 꽃배를 만들었어요. 리안은 매일 강가에 앉아 루미를 기다렸어요. 일주일째 되는 날, 루미가 천천히 물 위로 올라왔어요.

나리는 꽃배를 강물에 띄우며 말했어요. "루미야,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은 우리 마음속에 함께 산대." 리안도 말했어요. "멕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들은 이제 네 안에 있잖아."

루미는 꽃배를 코끝으로 살며시 밀어 주었어요. 꽃배는 깊은 웅덩이 쪽으로 천천히 흘러갔어요.

그날 저녁, 어린 돌고래들이 루미에게 물었어요. "루미 누나, 가뭄이 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루미는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 멕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처럼, 검은 바위 세 개가 있는 깊은 웅덩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루미의 목소리 속에서 멕 할아버지의 노래가 다시 흐르고 있었어요.

물빛 축제 장면 삽화

제9장

물빛 축제

강에 띄운 천 개의 등불

해마다 보름달이 가장 밝은 밤이 되면, 마을에서는 강에 감사하는 축제가 열렸어요. 사람들은 바나나 잎과 꽃으로 작은 등불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촛불을 켜서 강물에 띄웠어요. "강아, 올해도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올해 축제는 특별했어요. 루미와 '꼬마 강지킴이' 이야기가 널리 퍼져서, 먼 마을 사람들까지 축제를 보러 왔기 때문이에요. 장사꾼들은 맛있는 음식과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팔았어요.

리안과 나리는 사람들에게 등불배 만드는 법을 알려 주었어요. "등불배는 바나나 잎과 꽃으로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강을 더럽히지 않아요."

그때 먼 마을에서 온 한 남자아이가 다 먹은 과자 봉지를 강에 휙 던졌어요. 리안이 화를 내려고 하자, 나리가 리안의 손을 잡았어요. 나리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안녕, 나는 나리야. 이 강에는 우리 친구 루미가 살아. 쓰레기가 강에 들어가면 루미가 아플 수 있어." 남자아이는 얼굴이 빨개졌어요. "몰랐어. 미안해." 아이는 신발을 벗고 강가로 내려가 봉지를 건져 왔어요.

달이 하늘 가운데 떠오르자, 사람들이 하나둘 등불배를 띄웠어요. 수백 개, 아니 천 개의 작은 불빛이 강물 위를 흘러갔어요. 강이 마치 하늘의 은하수처럼 반짝였어요.

바로 그때, 등불배들 사이로 하얀 무언가가 높이 뛰어올랐어요. 루미였어요! 루미의 하얀 몸이 달빛과 등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어요.

"와아! 하얀 돌고래다!" "정말 빛이 나!" 먼 마을 사람들은 처음 보는 모습에 넋을 잃었어요.

솜차이 아저씨가 배 위에서 크게 말했어요. "여러분, 저 돌고래가 우리 강의 친구 루미입니다. 강이 깨끗해야 루미도, 물고기도, 우리도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등불배를 띄우며 마음속으로 다짐했어요. "강을 지키겠어요."

축제가 끝나고 모두 돌아간 뒤, 루미는 혼자 강 아래쪽을 바라보았어요. 저 멀리로 흘러가는 마지막 등불배를 보며 루미는 생각했어요. '떠나간 친구들도 이 불빛을 보고 있을까?'

루미의 소원 장면 삽화

제10장

루미의 소원

강이 바다에 닿는 곳까지

축제가 끝난 다음 날, 루미는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저는 강 아래쪽으로 가 볼래요. 떠나간 친구들을 찾아서 강이 다시 깨끗해졌다고 알려 주고 싶어요." 엄마는 루미의 이마를 오래 쓰다듬었어요. "조심해서 다녀오렴. 우리 루미는 이제 다 컸구나."

루미는 리안과 나리에게도 작별 인사를 했어요. "다음 보름달이 뜰 때까지 꼭 돌아올게." 루미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나리는 빨간 리본 하나를 풀어 루미에게 보여 주었어요. "이 리본을 선착장 기둥에 묶어 둘게. 돌아오면 여기서 만나자."

루미의 여행이 시작되었어요. 루미는 물살이 거센 바위 지대를 지났어요. 멕 할아버지가 말해 준 대로, 물살이 약한 가장자리를 따라 헤엄쳤어요. 루미는 처음 보는 마을들도 지났어요. 어떤 마을의 아이들은 하얀 돌고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며칠 뒤, 강이 아주 넓어지는 곳에 다다랐어요. 저 멀리서 익숙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어요. 떠나갔던 돌고래 친구들이었어요!

"루미야! 정말 너구나!" 친구들이 루미 곁으로 몰려들었어요. 하지만 친구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어요. "이곳도 배가 너무 많아서 시끄러워. 쉴 곳이 별로 없어."

루미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꼬마 강지킴이 이야기, 어부들의 약속 이야기, 깊은 웅덩이를 지키기로 한 이야기였어요. "우리 강은 다시 맑아졌어.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 주기로 약속했어.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친구들은 서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루미는 친구들과 함께 강을 거슬러 올라갔어요.

보름달이 뜬 밤이었어요. 리안과 나리는 빨간 리본이 묶인 선착장 기둥 옆에 앉아 있었어요. "루미가 정말 올까?" 리안이 물었어요. 나리는 대답 대신 강을 가리켰어요.

달빛이 비치는 강 위로 하얀 돌고래 한 마리가 솟아올랐어요. 그 뒤로 회색 돌고래들이 하나, 둘, 셋…… 열 마리도 넘게 따라 올라왔어요! "루미다! 루미가 친구들을 데리고 왔어!" 아이들의 함성이 마을에 울려 퍼졌어요.

그날 밤, 루미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어요. '세상의 모든 강이 우리 강처럼 다시 빛나게 해 주세요. 사람과 돌고래가 언제까지나 친구로 지내게 해 주세요.'

메콩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어요. 혹시 여러분이 강가에 가게 된다면, 물 위를 잘 살펴보세요. 어쩌면 하얀 돌고래 한 마리가 여러분에게 인사를 건넬지도 몰라요.

작가의 말

이라와디 돌고래는 실제로 메콩강에 사는 돌고래예요. 둥근 이마와 짧은 주둥이 때문에 늘 웃는 얼굴처럼 보이지요.

오래전에는 메콩강에 이라와디 돌고래가 아주 많았어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수가 크게 줄어,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루미의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예요. 하지만 강을 아끼는 마음, 버려진 그물을 치우는 손길, 깊은 웅덩이를 지키는 약속은 오늘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끝

글·그림 작가: Rian Choi (therianchoi@gmail.com)

루미 캐릭터 시트

등장인물

루미 캐릭터 시트

루미 Lumi

주인공 · 흰 이라와디 돌고래 (여)

모습
눈처럼 하얀 몸, 볼과 배에 옅은 분홍빛. 부리 없는 둥근 이마와 짧은 주둥이, 늘 웃는 입꼬리. 크고 동그란 짙은 갈색 눈. 작고 둥근 등지느러미, 넓은 노 모양 가슴지느러미. 이마 왼쪽에 하늘색 초승달 점(트레이드마크).
성격
호기심이 많고 다정하다. 위험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용기가 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만 말로 대답하지는 않고 끄덕임·휘파람·꼬리 치기로 마음을 전한다.
성장
강의 아기 → 아이들의 친구 → 어부의 동료 → 마을의 수호자 → 떠난 친구들을 데려오는 리더.
말투·소리
말하지 않음. 소리: “푸우”(숨), “딸깍딸깍”(반향정위), “삐이이”(구조 신호), 꼬리로 “철썩” 두 번(따라오라는 신호).

엄마 돌고래 Lumi's Mother

루미의 엄마

모습
옅은 회색 이라와디 돌고래, 둥근 이마, 다정한 눈.
성격
따뜻하고 루미를 믿어 준다.
성장
루미의 이름을 지어 줌(1장) → 여행을 떠나는 루미를 보내 줌(10장).
말투·소리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
리안과 나리 캐릭터 시트

등장인물

리안과 나리 캐릭터 시트

리안 Rian

공동 주인공 · 어부 솜차이의 아들 (9세)

모습
햇볕에 그을린 피부, 짧고 덥수룩한 짙은 갈색 머리. 청록색 반팔 셔츠, 올리브갈색 반바지, 작은 갈색 천 가방, 왼쪽 손목에 엮은 팔찌. 맨발.
성격
밝고 행동이 빠르다. 덤벙대고 늦잠도 자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달려간다. 가끔 생각 없이 말하지만 잘못을 금방 인정한다.
성장
장난꾸러기 → 나리에게 배우며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이로 성장.
말투·소리
감탄사가 많고 짧게 외친다. “봤어?”, “우리 모두가 영웅이야!”

나리 Nari

공동 주인공 · 리안의 이웃 친구 (8세)

모습
햇볕에 그을린 피부, 빨간 리본으로 묶은 긴 한 갈래 검은 땋은 머리. 오른쪽 귀 뒤에 하얀 프랑지파니 꽃. 연노랑 반팔 블라우스, 파랑·흰색 체크 랩스커트. 맨발.
성격
차분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겁먹은 상대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화 대신 설명으로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다. ‘꼬마 강지킴이’를 처음 제안했다.
성장
조용한 아이 → 마을 앞에서 의견을 말하는 아이로 성장(6·7·9장).
말투·소리
차분하고 정확하게 말한다. “용기는 무섭지 않은 게 아니야. 무서워도 한 발 내딛는 거야.”
통통 · 멕 할아버지 · 솜차이 아저씨

등장인물

통통 · 멕 할아버지 · 솜차이 아저씨

통통 Tongtong

물소 친구

모습
크고 통통한 회흑색 물소. 넓게 휜 뿔, 순하고 수줍은 눈. 목에 빨간 끈과 작은 방울.
성격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고 마음이 여리다. 아기 때 물에 빠진 기억으로 물을 무서워했다.
성장
물을 무서워함(4장) → 홍수 때 사람들을 등에 태워 구함(5장).
말투·소리
“음머어!”

멕 할아버지 Grandpa Mek

스승 · 늙은 이라와디 돌고래

모습
루미보다 큰 몸집, 짙은 청회색 피부. 둥근 이마, 주름진 눈가, 지혜로운 눈. 등지느러미에 V자로 파인 오래된 상처.
성격
느리고 조용하지만 강의 모든 길을 안다. 이야기와 노래로 가르친다.
성장
루미의 탄생을 예언(1장) → 깊은 웅덩이를 알려 줌(6장) → 세상을 떠나며 지혜를 물려줌(8장).
말투·소리
천천히, 문장 끝을 ‘~란다’, ‘~구나’로 맺는다.

솜차이 아저씨 Uncle Somchai

리안의 아빠 · 마을 어부

모습
40대, 그을린 피부, 짧은 검은 머리와 옅은 콧수염. 바랜 남색 셔츠, 허리에 체크무늬 천, 대나무 삿갓.
성격
묵묵하고 믿음직하다. 아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마을의 약속을 이끈다.
성장
루미와의 협동 어업 시작(3장) → 홍수 구조(5장) → 그물에서 루미 구출(7장).
말투·소리
짧고 단단하게 말한다. “약속을 지킵시다.”